한국 가전제품들이 해외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한국에만 있다보면 그게 어느정도인지 감이 잘 잡히질 않습니다. 신문과 뉴스로 보도되는 ‘세계최고수준의 기술력 인정받다’,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 등의 구절은 막연하기만 하고 너무 많이 접한 나머지 오히려 식상하기까지 하더랍니다. 그냥 ‘뭐, 그런가보구나.’ 하는 정도랄까요. 사실, 그다지 관심도 없지요.

하지만, 멀리 갈 것 없이 제가 살고 있는 이 인도네시아만 둘러보더라도, ‘그 식상한 표현들’은 피부에 가깝게 와닿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길거리 여기저기 붙어있는 세련된 한국회사들의 광고판과, 진열대의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과 엘지 등의 각종 가전제품들을 보고 있자면 ‘아, 잘 나가긴 잘 나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브랜드는 곧 ‘메드인 꼬레아’

천만 인구의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시골 동네인 롬복에서도 한국브랜드들의 위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수준입니다. 단순히 가격만 놓고 본다해도 한국제품들의 가격은 타국의 동일 제품들과 확실한 차이가 날 뿐더러, 가전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또한, 때로는 제가 다 민망할 정도로 ‘찬양’을 하는 수준이지요. 한국사람 앞이라서 더욱 오버하며 칭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 브랜드들의 인지도와 점유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고  브랜드 이미지 역시 무척 좋은 듯 합니다.

신문 상으로 많이 접해서 알고들 계시겠지만 에어콘은 엘지가 최고이고 핸드폰은 삼성을 최고로 쳐줍니다. 엘지는 인도네시아 내 6개의 제품에서 점유율 1위를 보이며, 얼마전 ‘인도네시아 No 1 브랜드 발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롬복 시내 전자상가 거리



제가 여행업 쪽에 종사하다보니 리조트와 호텔들을 많이 둘러보는 편인데, 객실에 설치된 TV나 에어콘 등 주요 가전제품들 역시 대부분 삼성이나 엘지더랍니다. 이러한 ‘삼성, 엘지 일색’은 고급리조트 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리조트의 고급스런 이미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는 한 호텔 매니저의 얘기를 듣고 ‘메드인 꼬레아’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어요. 요컨대 한국브랜드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명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이거 만세라도 불러야 하나요?



세계 최고브랜드 삼성, 그리고 이건희 회장

두 어달쯤 되었을 겁니다. 어느날 인도네시아 일간지를 펼쳐보니 삼성 이건희 회장의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잘은 몰라도 탈세와 비리 등으로 검찰 소환된다는 기사였을 거예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슈가 되려하다 큰 관심을 못 끌고 흐지부지 넘어간 걸로 기억하는데(광우병 사건의 덕을 보기도 했습니다만), 이곳 인도네시아에서는 일간지 세계 섹션의 절반을 할애할 만큼 굉장한 사건이었습니다.

당연한거지요. 인도네시아 최고 브랜드 중 하나인 삼성, 그곳의 회장이 탈세와 비리에 연루됐다는 거, 이건 정말 토픽 중의 토픽이었던 겁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엄연한 처벌감이구요. 이건 상식 아닙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카르타 공항에 설치된 삼성 TV



그런데 이번에 처벌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거의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을 받았나 봅니다. 더 기가 막힌 노릇은 이건희 회장은 처벌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를 했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도 비리나 뇌물, 탈세, 이런 방면으로 좀 심각한 정도의 수준인데,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사례는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브랜드 삼성, 해외에서 그 이미지 좋은 삼성,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삼성이 이곳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 선전을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1~2년 안에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간 삼성이 지금의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아마 이건희 회장이 가장 잘 알겁니다. 이번 일로 이제껏 쌓아온 그 좋은 삼성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비록 이미 엎지러진 물이지만, 삼성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는 대범함으로 이건희 회장은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합니다.







◀ PREV : [1] : ... [37] : [38] : [39] : [40] : [41] : [42] : [43] : [44] : [45] : ... [104]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