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무슬림들의 히잡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동 지역의 이슬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이슬람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남녀간의 '사회적' 차별도 거의 없는 편이다. 폐쇠적인 이슬람 이미지와 달리,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은 개방적이고 보다 가벼운 느낌이 든다고 볼 수 있다.
이슬람 사회 혹은 그 문화권에서 여성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히잡>이다. '히잡'이란,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과 가슴을 가리는 스카프'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그 모양과 색, 디자인, 그리고 가려야 하는 부위 등이 각 이슬람 지역과 종파 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얼굴만 살짝 가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이슬람의 성경에 해당하는 '꾸란'에 명시된대로 '얼굴과 가슴'을 가리는 종류, 온 몸을 다 뒤덮고 눈만 보이는 것 등이 있다. 그 종류에 따라, '히잡', '차도르', '부르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롬복 여성 무슬림들의 선택은?
17,000여 개의 섬이 존재하는 세계최대의 섬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을 몇 마디로 논하기란 무척 어렵다. 섬마다 나타나는 이슬람의 양상과 형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 각기 다 다르기 때문이다. '롬복'의 이슬람 역시 그러한 범주 안에 있다. 인도네시아 롬복은 전체 인구의 약 85% 정도가 무슬림을 믿고 있지만, 이슬람이 유입되기 이전의 기존 토착신앙과 인근 발리 힌두교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업고 독특한 양상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롬복'에서 여성 무슬림들의 '히잡 착용'은 의무라기 보단 '선택'의 영역에 있다. 물론 이슬람 학교를 다니는 미성년자라면 교복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성인이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착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롬복 여성 무슬림들은 성인이 된 후, 답답한(?) 히잡을 모두 벗어 던졌을까?
아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히잡을 착용한다.
'히잡'은 타인의 관점(비 이슬람 문화권)에선 '구속의 상징'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그 본질은 여성들의 '주체적인 무슬림 정체성'의 표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꾸란에 명시된 대로 여성 무슬림으로서의 의무를 지켜나가는 것뿐이다. 흔히 오해하는 이슬람 내에서의 여성차별과는 무관하다.
오늘날의 인도네시아 여성 무슬림에게 있어, 히잡은 종교적인 정체성의 표현과 더불어 패션의 한 코드로 이용되기도 한다. 거리를 지나치다 보면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히잡'을 착용한 여성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데, 비 이슬람 문화권의 시선으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들이 몇 세기에 걸쳐 이슬람 문화권에서 생활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싶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여성 무슬림들의 '히잡'은 (종교적인 이유로)어쩔 수 없이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좋아서 착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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